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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의 역사와 원리 (필름감도, 셔터, 렌즈구조)

by Rich Auntie Vibes 2025. 10. 16.

다양한 종류의 필름카메라 여러대를 놓고 찍은 사진

필름카메라는 기술과 예술이 맞물려 태어난 매체입니다. 19세기 다게르의 발명 이후 사진은 기록 도구를 넘어 시대의 시선과 미학을 반영해 왔고, 필름은 화학과 광학의 결합으로 이미지의 질감과 색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글은 필름카메라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 특히 필름감도(ISO), 셔터의 종류와 작동 원리, 그리고 렌즈구조가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 를 역사적 맥락과 함께 쉽게 설명합니다.

필름감도: 빛을 읽는 화학적 감성

필름감도(ISO)는 필름이 빛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초기 사진에서는 감광재(예: 은염)를 유리 판에 도포해 사용했지만, 롤필름과 감광층의 발달로 감도 제어가 가능해졌습니다. 감도가 낮은 필름(ISO 50~200)은 입자(그레인)가 미세해 선예도와 색 재현이 우수하고, 밝은 환경에서 섬세한 묘사를 제공합니다. 반면 고감도 필름(ISO 400, 800 이상)은 어두운 환경에서도 촬영이 가능하지만 입자가 도드라져 거친 질감과 높은 콘트라스트를 나타냅니다. 필름의 화학조성 — 염화은 입자의 크기와 분포, 색층의 감응도 조절 — 이 최종 이미지의 질감과 색조를 결정합니다.

사진가들은 단지 빛의 양 때문에 감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려는 무드(예: 부드럽고 깨끗한 톤 vs. 거친 필름틱한 무드)에 따라 감도를 전략적으로 선택합니다. 또한 필름감도는 노출 삼각형(조리개·셔터속도·ISO)에서 한 축을 담당하므로, 감도를 높이면 셔터속도를 확보해 움직임을 정지시키거나 어두운 장면을 찍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입자감 변화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거 흑백 필름 시대에는 현상과 인화 과정(현상 시간, 농축제 사용 등)에 의해 유효감도가 변화하곤 했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푸시/풀' 기법이 발전했습니다. 컬러 필름에서도 화학·코팅 공정에 따라 색 재현과 관용도(하이라이트/섀도우 처리 능력)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필름감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진가의 표현 언어이자 기술적 선택입니다.

셔터: 순간을 조절하는 시간의 기계

셔터는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빛이 필름에 닿는지를 결정하는 장치입니다. 필름카메라의 셔터는 크게 포컬플레인(focal-plane) 셔터와 리프(leaf) 셔터로 구분됩니다. 포컬플레인 셔터는 필름면 바로 앞에 위치한 커튼(또는 이중 커튼)이 가로 또는 세로로 이동하면서 노출을 만듭니다. SLR 카메라에서 흔히 쓰이며 고속에서 '슬릿(slitted)' 노출 현상을 보일 수 있어 플래시 동조 속도(sync speed)에 제한이 생깁니다. 반면 리프 셔터는 렌즈 내부에 배치된 여러 엽(leaf)들이 원형으로 열리고 닫히는 방식으로, 중앙동기(central sync)가 가능해 스트로브와의 동조가 유리합니다.

셔터속도 표기는 1초, 1/2, 1/125, 1/500 등으로 표시되며, 빠른 셔터는 순간을 정지시키고(예: 1/1000s) 느린 셔터는 시간의 흐름을 기록합니다(예: 1s, 장노출). 장노출은 빛의 궤적을 그리고 물결을 부드럽게 만드는 등 창의적 효과를 만들지만, 삼각대 같은 물리적 안정장치가 필요합니다. 필름시대에는 셔터의 기계적 특성(기계식 vs 전자식), 커튼의 마모, 셔터 속도 정확도 등이 이미지 일관성에 큰 영향을 주었고, 기계식 셔터의 독특한 타격감(찰칵 소리)과 반응성은 사진가의 촬영 리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현상 과정에서의 관용도 때문에 약간의 언더노출보다 밝게 찍는 편이 더 복구가 쉬운 경험칙이 있어, 셔터속도·조리개 설정 시 이를 고려하는 것이 필름 촬영의 실무 팁입니다.

렌즈구조: 빛을 모으고 해석하는 광학의 설계

렌즈는 빛의 궤적을 조절해 필름면에 상을 맺게 하는 도구로, 광학 설계(렌즈군의 수와 배치, 유리 재질, 코팅 등)에 따라 색수차, 구면수차, 해상력, 보케 특성이 달라집니다. 초기 단렌즈에서 복합렌즈로 발전하면서 서로 반대의 수차를 상쇄하는 설계가 가능해졌고, 아베의 공식 등 광학 이론이 실용화되었습니다. 현대의 필름 렌즈는 다중 코팅으로 플레어와 고스트를 줄이고 대조를 개선하며, 비구면 요소(aspherical elements)를 도입해 왜곡을 감소시킵니다.

조리개(aperture)는 렌즈 내부의 원형 또는 다각형 조임막으로, f값(예: f/1.4, f/8)은 입사 빛의 양과 심도(depth of field)를 결정합니다. 낮은 f값(넓은 개방)은 피사체를 강조하고 배경을 흐리게 해 인물 사진에 적합하며, 높은 f값(좁은 개방)은 전체 장면을 선명하게 해 풍경 사진에 유리합니다. 초점거리(focal length)는 렌즈의 시야각을 결정하며, 35mm는 표준·스트리트용, 50mm는 인물·표준, 85~135mm는 포트레이트, 24mm 이하 광각은 여행이나 거리사진에 적합합니다. 망원 렌즈는 피사체를 압축해 드라마틱한 느낌을 줍니다.

렌즈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사진가의 철학을 투영하는 창입니다. 같은 카메라 바디라도 어떤 렌즈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필름사진가들은 렌즈를 ‘눈’이라고 부릅니다 —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필름카메라는 감도(화학), 셔터(시간), 렌즈(광학)라는 세 축이 결합되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복합 예술 기계입니다. 각 요소의 선택과 조합은 기술적 결과뿐 아니라 사진가의 감성적 표현을 직접적으로 반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되살아난 필름의 매력은 단지 복고가 아니라, 이 세 가지 상호작용을 통해 얻어지는 고유한 ‘물성’과 ‘표현’입니다. 필름을 장전하고 셔터를 누르는 그 행위 자체가 사진 예술의 본질을 상기시키며, 느림과 숙고 속에서 비로소 사진가는 자신의 시선을 갈고닦습니다.